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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수 기획전

  • 2021-09-22 14:29:00

 

나는 과거 없이 현재, 그리고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미국에 13년이라는, 내 인생에 있어 길다면 길수도 있고 짧다면 짧을 수도 있는 기간이지만, 그 기간 동안 특히 우리 ‘한국의 것’에 대해 더 많이 생각을 하게 되고 애착을 느끼게 된 것은 사실이다
미국에 있는 동안 수많은 전시를 보고, 다양한 작가들이 자개를 오브제로 사용한 작품들을 접하게 되면서, 자개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자개를 영구적으로 안전하게 붙일 수 있는 재료를 찾다 보니 옻칠을 알게 되었고 한국에 돌아와 다시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수년간 근무했던 뉴욕 브루클린뮤지엄 수장고에는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수많은 작품들이 있는데, 특히 현대미술 작품들 중에 재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10년이 지나 작품이 무너져 내리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특히 오브제를 많이 붙이는 경우 그러한 현상이 많이 나타났었다. 따라서 작품을 할 때 작품의 보존성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었고, 그 결과 우리 선조들이 사용해 왔던 옻칠의 내구성, 우수성을 알기에 나의 작업에 사용하게 되었다.
옻칠은 옻나무의 수액으로 정제 방식에 따라 생칠 (원액), 흑칠 (검정칠), 주합 (갈색빛이 도는 투명칠)로 나뉘며, 밑작업은 제일 강한 생칠로 한다. 작업의 골조, 나무 판넬에 생칠을 칠하는 것으로 작업은 시작되며, 그 위에 삼베 붙이기 (판의 틀어짐 방지), 생칠을 섞은 황토로 삼베의 결 메우기를 한다. 매끈한 캔버스 위에 작업을 하듯이 생칠을 섞은 황토로 판넬 위에 시멘트 미장을 하듯 얇게 여러 번 (3번정도) 올리고 흑칠로 매끈한 칠을 두어번 하고 나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캔버스, 옻칠 판넬이 준비된 것이다. 투명옻칠에 안료를 섞어 색깔옻칠을 만든 후, 하루 이상 숙성을 시킨 다음 사용한다. 숙성이 된 색깔옻칠이어야 칠이 마른 후 발색이 좋다. 칠은 온도 25~28도, 습도 70%정도를 유지시켜야 마르기 시작하며, 계절에 따라 온도, 습도의 차이가 있지만 다음 단계의 작업을 하기 위해선 하루 이상 적정 온도, 습도를 맞춰 건조시켜야 한다. 따라서 옻칠 작업은 건조, 발색에 꼭 필요한 시간이 있기 때문에 단기간에 빨리 작업이 완성되지 않는다.
색깔옻칠, 순금박으로 그림을 다 그린 후 투명한 옻칠 2회정도 칠한 후 마무리 작업, 광내기 작업에 들어간다. 옻칠 작업에는 매 단계 단계 물사포가 기본이며, 사포 과정이 있어야 그 다음 칠해지는 옻칠이 서로 잘 맞물려 고정되기 때문에 어찌 보면, 옻칠 그림은 사포로 그려내는 그림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마지막 투명옻칠을 칠하고 2000번 사포까지 단계를 올려가며 물사포 한다 (사포는 번호가 커질수록 고운 사포이다). 그래도 아주 미세한 스크래치가 있기 때문에, 콤파운드, 사슴뿔 가루, 식용유 등으로 문질러 옻칠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반짝꺼림을 끌어내며, 이렇게 광을 낸 후 다시 생칠로 표면에 남아있는 미세한 스크래치를 메워주고 건조, 다시 광내기 작업을 반복한다. 이 작업은4~5회, 작품에 따라선 그 이상 되풀이 되기도 한다.
옻칠 그림은 노동 집약적인 작업이다.  그래서 그런지 옻칠 장인들을 보면 모두 남자들 일색이다. 하지만 한국화를 전공하고, 미국에서 공부하고 일하며 보냈던 시간들, 이 모든 경험들이 나의 작업에 자양분이 되었고, 어찌 보면 가장 한국적이라 할 수 있는 재료, 옻칠로 한국적인 감성을 다시 세계로 가지고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색깔칠을 만들고 사용할 때 숙성된 칠로 사용한다. 이는 우리의 음식, 간장, 고추장, 된장, 청국장, 김치 등 우리 고유의, 우리만의 음식이 숙성되어 그 깊은맛을 내는 것과 같다. 이제는 세계인이 그 맛을 인정하고 그 맛을 알아가고 있다. 현재 보이는 그것이 전부가 아닌, 시간이 지나며 그 깊은 맛이 우러나오는 우리의 전통 음식을 세계인들이 알아가는 것과 같이 옻칠 그림 또한 그러한 깊은 맛이 있기에 나는 힘들지만 그 매력에 빠져 작업을 하고있는 것 같다.
옻칠 그림은 처음에 완성하고 나면, 그 색이 그렇게 밝고 예쁘지 않을 수 있다.
우리 주변에 꽃들이 핀다. 꽃봉오리가 올라오고 조금씩 조금씩 그 모습을 달리하며 어느 순간 그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우리는 그 아름다움을 감상하곤 한다. 옻칠도 그러하다. 처음 완성된 색의 아직 그 자태를 완전히 보여주지 않는다. 하지만 꽃이 봉우리에서 화려하게 만개하듯이, 그러나 우리가 그 순간을 인지하지 못하듯이 옻칠도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지만 그렇게 서서히 제 빛을 찾아 변화해간다. 그래서 이를 ‘옻꽃이 피다’ 라고 말한다.

 

                    Taro #44_91x91cm_나무에 천연옻칠, 금박_2021

 

Festival_50cm_natural lacquer, gold leaf, mother of pearl on wooden panel_2019

 

 

               Meditation #11_120x90cm_나무에 천연옻칠, 금박_2021

 

 I believe that today could not have existed without the past. And the future inches closer as each day passes. As such, I am the collective embodiment of all the experiences that I have encountered throughout my life. I studied traditional Korean fine arts in Korea and spent 13 years in the U.S., immersing myself in the world of art and working in a museum. The time I spent in the U.S. will always be a special part of my life. I learned so much during that period and helped me grow as an artist and person, while enriching my deep appreciation of the beauty found within Korea.

Today, something that’s labeled as “traditional” is viewed to be old-fashioned and worn-out. What would people think if they saw me painting with natural lacquer, which is a form of painting that dates back thousands of years? I suppose they would think that it’s not possible. Our ancestors in Korea knew very well about natural lacquer’s characteristics such as durability, resistance to water, oil, and chemicals, and more. So natural lacquer was used for weaponry, housing, furniture, and household goods. Due to its rarity, natural lacquer was available only to the upper class. In more recent times, natural lacquer could be found on furniture with in-laid mother of pearl within the home of the average family. But in today’s modern world, it’s rarely seen as people’s lifestyle has changed to be more reflective of Western culture. Natural lacquer paintings may be viewed as running against the grain of today’s infatuation with fast food and fast fashion, but I believe that art is supposed to break barriers and challenge the status quo. 

The art of painting with natural lacquer requires skill and patience. There’s an old saying of “more haste, less speed.” I think my work is the exact epitome of those words. In my experience, a hasty mind ruins the work. It usually takes up to twenty applications of lacquer and then polishing it just to prepare the surface for the drawing itself. While I go through this tedious process, I remind myself of the beauty in the end result to keep driving me forward. I find painting with natural lacquer to very honest. It shows exactly how much effort I put into my work, no more, no less. The natural lacquer doesn’t lie either. It’s difficult for this reason but that’s what deepens the attraction for me. Now I find myself more straightforward with my work. The painting is created with natural lacquer, which is painstakingly extracted from lacquer trees. The material ossifies while responding to the seasons, weather, temperature, and humidity. So every batch of paint is different and has its own unique characteristics. I have to “listen” to the lacquer and respond to its characteristics with greater sensitivity, which I often ignored before. I continue to communicate with my paintings from the moment my brush touches the surface and until I consider the work to be done. I’m constantly shaping and redefining this new world of art into my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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