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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숲, 향기를 만나다 (하이경.임서령.고재군)

  • 2021-05-27 16:08:00

하이경 작가

마주하는 풍경들은 빛과 바람과 물과 사람, 그리고 숨 쉬는 모든 생명들이 하나가 되어 사소하지만 내밀한 이야기를 두런두런 건네 온다.
그 이야기들을 담담한 마음으로 조용하게 그려내고 싶었다.
하지만, 그려내는 물리적 행위 자체보다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는 것에 종종 어려움을 느끼곤 한다.
힘을 빼고 억지스럽지 않게 덜어내고 털어내는 일이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간 해왔던 작업들과 앞으로 해 낼 작업들은 본인 삶의 궤적이다.
덜어내고 털어내는 수고로움을 피하지 않고 아프고 흔들리는 중에도 중심을 잃지 않으며 묵묵히 작업하다 보면,

저 빛나는 삶의 풍경들이 건네는 이야기들을 올곧이 그려낼 수 있지 않을까?

오랫동안 바라보다.

따뜻하되 무심한 시선.
받아들임

최소한의 붓 질.
애씀이 드러나지 않도록.

인물을 풍경에 포함시키다.
비슷한 듯 다 다른 각자의 이야기.

고요한 흔들림.

빛을 보다 눈물이 흐르다…    

하이경 작가노트 中

 

 

임서령 작가

한옥에서 자랐다.

양지바른 툇마루에 누워 사과 한 입 베어 물 때면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걸려 있었다.
앞마당 펌프의 삐걱대는 소리
콸콸 쏟아지는 물소리는
푸른하늘에 폭포수를 그려댔다.  

어릴 적 나의 어머니. 어느 날은 한복을 입으셨고, 어떤 날은 양장을 입으셨다. 화장대 곁에서 곱게 머리를 매만지시는 어머니를 말끄러미 바라보며 나는 우리 여성의 단아미를 배워갔던 것 같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첫 데이트는 창경원 벚꽃놀이셨단다. 아버지를 향한 엄마의 마음이 이 빠알간 양산 같았을까.

늦은 퇴근, 홀로 받으시는 아버지의 저녁 밥상은 초저녁 우리들의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 아버지께서 그 특찬을 좀 남기시진 않으시려나 턱 쳐들고 있던 막내. 그게 나였고, 빙긋이 웃으시며 생선 반 토막을 남기신 채 상을 물리시던 아버지.. 그것이 아버지의 사랑법이셨고 그것은 내게 만찬이었다.

나의 유년기, 그리고 사춘기까지 한옥에서 자라며 누렸던 그 정감어린 것들..  그들이 지금 내 그림의 자산이다.

임서령 작가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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